생리통은 많은 여성이 경험한다. 그래서 통증이 있어도 “원래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기가 쉽다. 진통제를 먹으면 견딜 만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증의 강도가 해마다 커지거나, 진통제에도 통증이 남는다면 접근이 달라져야 한다. 통증이 있다는 사실보다 통증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월경통은 크게 일차성 월경통과 이차성 월경통으로 나뉜다. 일차성 월경통은 구조적 질환 없이 나타나는 통증이다. 배란 이후 자궁내막에서 분비되는 프로스타글란딘이 증가하면서 자궁 수축이 강해지고, 이 과정에서 통증과 구역감, 설사가 동반되기도 한다. 일차성 월경통은 보통 초경 후 수년 내 시작되고, 젊은 연령대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반면 이차성 월경통은 자궁이나 골반에 기저 질환이 동반된 상태다. 대표 원인은 자궁내막증과 자궁선근증이며, 자궁근종, 골반염, 난소낭종, 자궁경부 협착 같은 원인도 포함된다. 특히 통증이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는 양상이라면 이차성 가능성을 더 강하게 고려한다.
통증의 시간표를 점검하는 것이 첫 단계다. 일차성 월경통은 월경 시작 직전 또는 시작 후 24시간 이내에 가장 심하고, 대개 2~3일 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이차성 월경통은 월경 전 며칠부터 통증이 시작되거나, 월경이 끝난 뒤에도 잔통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통증이 월경 기간을 넘어 일상으로 흘러들어오면 ‘주기성 통증’에서 ‘만성 골반통’으로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
통증의 위치와 양상도 단서가 된다. 아랫배가 쥐어짜듯 아픈 형태는 흔하지만, 한쪽 골반으로 치우치는 통증, 배변 시 찌르는 듯한 통증, 성교통이 동반되는 통증은 의미가 다르다. 특히 배변통이나 성교통, 월경 외 골반통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 자궁내막증을 의심하는 흐름으로 진료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과 유사한 조직이 자궁 밖에 존재하면서 염증과 유착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통증뿐 아니라 난임과도 관련이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자궁내막증이 전 세계 가임기 여성과 청소년 약 10%, 약 1억9000만 명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WHO, 2023). 통증이 ‘감각’의 문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반복 염증과 조직 반응이 누적되는 질환일 수 있다는 뜻이다.
자궁선근증은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근층 안으로 침윤하는 상태다. 생리통과 함께 월경량 증가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자궁이 커지고 묵직한 느낌이 지속되기도 한다. 과다월경과 생리통이 함께 악화되는 패턴이라면 선근증과 근종을 함께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진통제 반응은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일차성 월경통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에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NSAIDs는 프로스타글란딘 생성 경로를 억제해 자궁 수축과 통증을 줄인다. 반대로 적절한 용량과 타이밍으로 복용해도 통증이 크게 줄지 않는다면 이차성 원인 가능성이 커진다. 통증이 심할수록 “약을 더 세게 바꾸면 된다”는 방식으로 접근하기 쉬운데, 이때는 통증 조절보다 원인 평가가 먼저일 수 있다.
진료에서 실제로 확인하는 질문들은 비교적 구체적이다. 통증이 언제 시작되는지, 통증이 며칠 지속되는지, 통증 때문에 학교나 직장을 쉬는지, 성교통이나 배변통이 있는지, 월경량이 변했는지, 가족력이나 수술력이 있는지 등을 묻는다. 이런 질문은 ‘통증의 의미’를 찾기 위한 과정이다. 통증을 숫자로만 평가하지 않고, 일상 기능의 손상 정도를 함께 본다.
검사는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기본은 병력 청취와 신체 진찰, 그리고 초음파다. 초음파는 자궁근종, 난소낭종, 선근증 소견, 난소의 자궁내막종 같은 구조적 이상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자궁내막증은 영상에서 명확히 보이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증상이 분명한데도 초음파가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실제로 흔하다. 이때는 초음파 결과만으로 통증의 원인을 부정하지 않고, 증상과 경과를 중심으로 판단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하면 MRI가 추가될 수 있다. MRI는 선근증 평가나 깊게 침윤한 자궁내막증을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영상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을 높이거나 낮추는 도구다. 자궁내막증의 확진은 수술적 확인과 조직검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모든 통증이 수술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약물 치료에 대한 반응과 증상의 경과를 보며 단계적으로 접근한다.
치료는 크게 두 축으로 정리된다. 하나는 통증 조절이고, 다른 하나는 원인 질환의 진행 억제다. 일차성 월경통에서는 NSAIDs가 1차 선택이 되는 경우가 많고, 월경 시작 직전에 미리 복용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 호르몬 피임약이나 호르몬 치료는 배란을 억제하고 자궁내막 반응을 줄여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ACOG는 월경통에서 NSAIDs와 호르몬 치료가 주요 치료 옵션임을 안내한다(ACOG, 2024).
이차성 원인이 의심되거나 확진된 경우에는 치료 목표가 조금 달라진다. 자궁내막증에서는 호르몬 치료를 통해 병변 활성도를 낮추고 통증을 줄이는 접근이 흔하다. 난임이 동반되거나 통증이 지속적으로 심한 경우 수술적 치료가 고려될 수 있다. 자궁선근증 역시 호르몬 치료, 자궁내 장치, 수술적 접근 등이 상황에 따라 선택된다. 치료 선택은 연령, 임신 계획, 통증 양상, 출혈 양상, 영상 소견을 함께 놓고 결정된다.
생리통을 평가할 때 놓치기 쉬운 축이 하나 더 있다. 통증이 반복될수록 뇌가 통증 신호에 더 민감해지는 ‘중추 감작’이 생길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병변 크기와 통증 강도가 꼭 비례하지 않는다. 그래서 초기부터 통증을 ‘참는 방식’으로만 버티면 통증 경험이 더 커질 수 있다. 통증이 악화되는 흐름이 보인다면 조기에 평가하고 조절 전략을 세우는 편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생리통은 흔하지만, 모든 생리통이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통증이 해마다 심해지거나, 통증이 월경 기간을 넘어 확장되는 양상이라면 원인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초기에 원인을 구분해두면 치료 선택이 단순해지고, 불필요한 불안을 줄일 수 있다.
통증의 원인은 통증만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주기 변화, 동반 증상, 영상 소견, 약물 반응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증상이 비슷해 보여도 평가 결과에 따라 치료 방향은 달라진다. 치료 계획은 전문 의료진의 진단 이후 결정되어야 한다.
위험도에 따른 판단 기준
① 즉시 진료가 필요한 경우
□ 임신 가능성이 있으며 복통이나 질출혈이 동반된다.
□ 진통제를 적절히 복용해도 통증이 전혀 조절되지 않는다.
□ 통증과 함께 실신, 심한 어지럼, 반복적인 구토가 나타난다.
□ 갑작스럽게 시작된 극심한 한쪽 골반 통증이 있다.
② 두 가지 이상 해당 시 검사 권장
□ 통증 강도가 해마다 점점 심해지고 있다.
□ 월경 전부터 통증이 시작되거나 월경 후에도 통증이 지속된다.
□ 성교통, 배변통, 월경 외 골반통이 동반된다.
□ 월경량이 늘었거나 큰 혈괴가 반복된다.
□ 진통제 복용량이 점점 늘고, 효과는 줄어드는 느낌이 있다.
③ 경과 관찰 후 평가 가능
□ NSAIDs 복용 시 통증이 안정적으로 조절된다.
□ 월경 시작 후 1~2일 내 통증이 뚜렷하게 줄어든다.
□ 동반 증상이 없고 일상 기능 저하가 크지 않다.
생리통은 흔한 증상이지만, 통증의 변화는 평가가 필요한 단서가 된다.



